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rnold J. Toynbee, 1889-1975)는 역사의 키워드(Key word)를 “도전과 응전”으로 보았다. 다양한 도전에 대해 올바로 응전한 국가나 문명은 살아남았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논리이다. 하나님께서 교회에 여러 가지 도전을 주시고 올바르게 대응하게 하는 방식을 통해 성경적 교리를 탄생시키신 것은 아닐까.
육체를 입으신 예수(예수의 인성)를 부인한 영지주의와 마르시온 이단(異端)의 등장은 교회를 위협하는 도전이었다. 교회는 이에 대해 올바로 반응해야했다.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기독교 복음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교회는 이 도전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이끄심 속에 교회는 정경목록을 작성하기 시작했고, 사도적 전승을 강조하면서 이단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특별히, 영지주의와 마르시온 이단의 도전에 대해 교회는 신경(信經)을 만들어 세례문답을 할 때 사용했다. 이 신경들은 지역에 따라 다양했다. 그것들 중에 약 150년경에 작성된 사도신경의 초기형태가 있었는데 학자들은 이를 로마(Rome)에서 작성되었다고 해서 “R”이라고 부른다.
교회는 이 초기의 사도신경 “R”에 따라 세례문답을 할 때에 예비신자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1) 당신은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을 믿습니까? 2) 당신은 성령으로 잉태되시고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셨고 본디오 빌라도에 의해 십자가에 죽으시고 제 삼일에 죽은 자들 가운데서 살아나셨으며 승천하시고 성부의 오른 편에 앉아 계시다가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려 오실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 예수를 믿습니까? 3) 당신은 성령과 거룩한 교회와 육체의 부활을 믿습니까?” (Justo L. Gonzalez, The Story of Christianity volume 1, 77)
이 신경 두 번째 질문은 보면, 교회가 확실히 영지주의와 마르시온 이단에 대항해 예수의 인성을 방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수께서 지구상에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주장하는 이단에 대항해서 예수께서 태어나셨음을 강조한다. 본디오 빌라도의 이름을 거론함으로써 예수의 죽음이 역사적 사실임을 밝힌다. 그리고 예수께서 십자가에 죽으셨다가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통해 예수가 하나님의 성자이심을 분명히 하고 심판주로 재림하실 예수를 언급해서 최후의 심판을 부인하는 마르시온의 주장에 반격을 가했다.(Justo L. Gonzalez, 78)
당시 사람들은 이 신경, “R”을 “신앙의 상징(Symbol of the Faith)”이라고 불렀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쓰였던 “상징”은 장군이 사신을 보내면서 자신의 사신이 맞다, 라는 증표로 주는 일종의 표식이었다. 마찬가지로 이 신경, “R”을 고백하는 사람은 참된 기독교인이었다. 그러나 영지주의나 마르시온 이단자들은 절대로 신앙의 상징을 고백할 수 없었다.
교회는 그 동안 잉태하고 있었던 예수께서 육체를 입은 완전한 사람이셨다는 성경적 교리(가르침)를 이렇게 탄생시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