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개미】 기사입력 2020.08.14 10:59 댓글 0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개미】 개미들은 대부분 암수구별이 없다. 생식을 담당하는 암개미와 수개미는 사회의 전체 구성원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할 뿐이다. 수개미들은 결혼비행을 하면서 암개미에게 정자를 주고 나면 모두 죽어버리고, 정자를 받은 암개미는 여왕개미가 된다. 그 뒤로는 여왕개미 혼자서 계속 알을 낳는다. 여왕개미는 공동체의 상황을 언제나 훤히 꿰고 있기 때문에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개체들을 양과 질의 측면에서 정확하게 제공한다. 따라서 개체는 역할이 미리 정해진 채로 태어난다. 개미사회에서는 실업이나 가난, 사유재산, 결창 따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위계 제도나 정치권력도 없다. 개미사회는 아이디어 공화국이다. 나이가 역할에 관계없이 저마다 사회전체를 위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발상이 좋고 정보가 정확하다면 어느 구성원이 내놓은 의견이든 온 공동체가 그것을 따른다. 개미사회에서 모든 구성이 노동에 종사하지 않는다. 전체 구성원 가운데 3분의 1은 잠을 자거나 한가로이 돌아다니면서 빈둥거린다. 또 다른 3분의 1은 쓸데없는 일을 벌이거나 심지어는 다른 개미들에게 방해가 되는 일을 저지른다. 예를 들면 지하통로를 뚫는답시고 일을 벌이다가 일껏 만들어 놓은 다른 통로를 무너뜨리는 식이다. 나머지 3분의 1은 앞서 말한 사고뭉치들의 실수를 바로 잡으면서, 도시를 제대로 건설하고 관리해 나간다. 이들이 있기에 도시 전체가 원만하게 돌아간다. 전쟁이 벌어졌을 때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투가 아무리 치열해도 모든 개미가 나서서 싸우지 않는다. 하지만 노동을 하던 안 하든, 전투에 참가하던 안 하든, 공동체의 성공에 기여하려고 애쓴다는 점에서는 어느 개미나 마차가지다. 개미들에게는 집단적인 성취가 개인적인 성공보다 중요하다. 개미들은 자기네 도시 주위의 사냥감이 고갈되었다 싶으면, 모든 시민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가서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다. 그럼으로써 개미들의 도시와 자연 사이에 균형이 이루어진다. 개미들은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오히려 땅속에 공기가 통하게 하고 꽃가루가 널리 퍼져 나가게 하는데 기여한다. <최성관 기자> <저작권자ⓒ합동기독신문 & ikidok.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BEST 뉴스 위로 목록 댓글 작성을 위해 로그인 해주세요. 등록